영화의 내용은 간단히 요약할 수 있다. 노덕훈(김주혁 분)과 결혼한 주인아(손예진 분)가 주상욱(한재경 분)과 또다시 결혼하는 이야기, 내용만으로는 아내 하나에 남편 둘인 제법 도발적인 영화다.

많은 남성이 이 영화를 보며 불편함을 느낄만하다. 결혼이란 남자와 여자가 사랑으로 맺어진 독점 관계라는데 남편이 둘인 부부관계가 불편하지 않을 리 없지. 하지만, 질문을 던져보자. 남편 하나에 부인 둘인 영화였어도 불편했을까? 그렇다면 이 영화가 여성을 위한 영화일까?

정황을 따지면 인아는 둘 사이의 약속을 어기지 않았다. 덕훈이야말로 인아가 결혼 후에도 다른 남자를 만나리란 걸 감수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래도 결혼은 아니지 않느냐고 할 수 있지만 소용 없는 일이다. 남성들의 불편함은 결혼이 아니라 독점권에 비롯한다. 자기 여자가 다른 남자와 섹스를 하는데 그걸 받아들이는 덕훈을 바라보는 게 참을 수 없어서이며 인아가 남편만 바라보고 사는 아내로 거듭나는 명랑영화에의 기대가 무너지기 때문이다. 까놓고 말하면 예쁜 그녀가 굴복하기 바라는 심리가 불편함의 근원이다. 영화 초반, 덕훈이 데이트 도중 인아를 끌어안으며 '내꺼'라 하자 인아의 표정이 굳는 장면, 이 영화는 이 장면 하나로 끝이다. 나머지는 "여자가 결혼하고 애 낳아봐라. 다 똑같지."라는 친구의 말만 믿고 결혼을 결심한 덕훈이 다 똑같지는 않다는 걸 받아들이는 과정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아내가 결혼했다.'가 여성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영화도 아니다. 오히려 슈퍼우먼 콤플렉스를 극한으로 자극할만한 영화다. 인아만큼 예쁘고 귀엽고 똑똑하고 사회적으로 유능하고 성실한 가사노동에 시댁 식구들에게도 인정받아야 또 다른 사랑을 할 수 있다면 어느 누가 일탈을 꿈꿀까. 주제를 여성의 중혼에 한정하기 위한 장치가 여성에게는 이미 넘사벽의 장벽이 되어버린다.

결국 이 영화는 덕훈에 가까운 남자들을 위한 영화다. 덕훈과 비슷할수록 역겨움에 근접한 불편함을 가질 수밖에 없으며 내면과 강한 충돌을 경험할 가능성을 갖는다.
하지만, 작위적인 설정을 극복할 만큼 힘이 담긴 영화는 아니었으니 흥행 영화로 끝나버렸다는 게 아쉽다. 원작을 무시하고 화자를 바꿔보는 건 어땠을까. 인아 또는 상욱의 관점에서 영화를 재구성했다면 더욱 흥미롭지 않았을까 상상한다.



ps. 극중 인아는 매력적이다. 관심사가 다르기에 망정이지 만일 그녀가 책을 모으는 데서 그치지 않고 읽기까지 했다면 나라고 별 수 없었으리라. 틀림없이 직접 떡밥을 제조해서 집어먹으며 그녀의 어장에서 팔딱대고 있을 걸.





- 본지는 꽤 됐지만 지난 주말 봉관과 이야기한 내용에 추가할 게 출근길에 떠올라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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