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철거민살인진압규탄



일상의 기록 2009/06/15 22:55

기억하지 못할뿐 사람은 매일 꿈을 꾼다. 꿈을 기억하는 방법중 하나는 얕은 잠을 자는 것인데 대표적인 경우가 낮잠이다. 조금 전에도 생생한 꿈을 꿨다.

A 씨와 자전거를 타고 천호동 큰외삼촌 댁에 갔다.
갑자기 몰려드는 일가 친척들. 알지도 못하는 A 씨 여동생과 내가 결혼한다는 헛소문이 퍼져 삼촌들이 그를 잡고 술을 먹이기 시작한다. 어머니께 화를 내고 그를 끌고 나와 집으로 보낸다. 비틀비틀 집으로 향하는 그. 택시를 부를 걸 후회한다.
나도 접어놓은 자전거를 펴서 떠난다. 떠나는 나를 못마땅하게 바라보는 삼촌들, 경멸스런 눈빛을 던지거나 시선을 피하는 사촌 동생들.
자전거로 계단을 신나게 내려온다. 붕붕 날아서 내려온다. 신난다.
큰외숙모가 따라 나와서 나를 부른다. 페라가모(?) 시계를 건네신다. 결혼하면 선물하려고 마음먹은 예물시계란다. 천으로 손목을 감싸는 특이한 시계. 외숙모가 고맙다.
길가를 달리는데 옷가게 옆에 가방이 잔뜩 떨어져있다. 내 가방들과 A 씨의 물통이 보인다. 두고 갔나보다.
웬 아가씨가 말을 건다. 큰외삼촌 댁에서 본 것 같은데 누군지 모르겠다. 가방을 주우며 대화를 나눈다. 연락하고 싶단다. 번호를 찍어달라고 전화기를 건네니 번호가 언제 바뀔지 모른다며 아쉬워한다. 메일 주소를 적어주기로 했다. 펜으로 적는데 잘 적히지 않아 고생한다.
옷가게 점원 한 명이 퇴근하며 다른 점원에게 그만 들어가라 한다. 이야기를 들은 점원은 조금 있다 들어가겠다고 한다.
남은 점원은 퇴근한 점원에게 비난을 퍼붓는다. 저렇게 일을 해서야 성공하지 못한다며 잘근잘근 씹는다. 성공만 바라보고 열심히 일하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는 사람이다. 이명박이 떠오른다.
갑자기 그 직원이 내 옆의 아가씨에게 수작을 건다. 나와 무슨 관계냐고 묻기에 애인이라 했다. 멈칫하는가 싶더니 다시 수작을 건다. 흩어진 짐들을 챙기며 자리를 옮기는데 따라오며 계속 말을 건다. 곤란하던 찰나 길 구석에서 뭔가를 줍던 지저분한 여인이 8자리 숫자를 중얼거린다. 깜짝 놀랐다. 예전에 사용하던 내 ICQ 번호다. 얼굴을 보니 아는 사람이다. 현실에서는 만난 적이 없는 친구. 꿈 속에서만 나타나는 친구다. 그녀는 여기 터줏대감인가보다. 수작 걸던 놈이 조용해졌다. 반갑고 고맙다.

옆의 아가씨와 메일 주소를 주고받는다. 그녀를 바라본다. 그녀가 좋다. 가슴이 두근댄다.

두근두근 두근두근 두근두근
두근두근 두근두근 두근두근
두근두근 두근두근 두근두근

잠이 깼다.

시계를 보니 저녁 9시. 저녁을 먹고 깜빡 잠들었다가 2시간이나 잤다.

여전히 가슴이 두근댄다. 왠지 그 아가씨를 만나게 될 것만 같다.


밤바람이 상쾌하다. 꿈의 역할은 마음의 부조리를 드러내고 깨부수고 치유하는 데 있다. 이 꿈 하나만 해도 많은 게 들어있다.

그리고, 인정하기 싫지만, 사랑은 '뇌를 자극하는 물질이 빚어낸 무엇' 이상도 이하도 아닐지 모른다. 그렇지 않다면 꿈속의 그녀가 건네준 메일 주소를 기억해내려고 한동안 머리를 쥐어뜯지 않았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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