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있는 돈을 모두 긁어모으면 얼마나 될까?'라는 질문은 바보스러운 질문이 되어버렸다. 존재하는 돈보다 존재하지 않는 돈이 훨씬 많은 세상이다.
오늘날, 빚은 자산이다. 돈을 빌리지 않고 돈을 벌겠다는 건 월급쟁이의 순진함이다. 돈이 없어 돈을 빌린다기보다는 돈을 벌기 위해 돈을 빌려야 한다. 대출을 끼고 아파트를 살 수 있는 건 아파트 가격이 상승하리라는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그 기대를 담보로 다시 대출을 얻고 또 다른 담보를 확보한다. 한국은행에서 찍어낸 건 만원짜리 한 장인데 시장에 돌아다니는 돈은 백만원이다. 사람들의 기대와 욕망이 99만원을 보탠다. 결국, 세상을 떠도는 화폐 대부분은 그림자다.
그림자의 정점에 주식이 있다. 수많은 상장회사의 자산과 주가총액을 비교하면 어이가 없다. 주식은 사람들의 기대와 욕망으로 이루어진다. 멀리서 바라보면 예측 가능한 듯해도 뛰어들면 도저히 알 수 없는 욕망의 속성마저 그대로 반영한다.
존재하는 것과 존재하지 않는 것의 경계가 모호해진 시장에서는 사실보다 기대가 중요하다. '사람들은 그것을 욕망하고 있을 것이다.'에 대한 기대이고 타인의 욕망에 대한 욕망이다.
그리하여 대중은 그림자를 움켜쥐려 한다.
한 장의 사진을 보니 또 다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서로의 기대를 가늠하며 허상을 실체로 만들지 궁금해졌다.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은 시기이기에 우려스럽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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