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철거민살인진압규탄



갈등

생각과 뻘글 2009/11/29 20:14

주디스라면 동네 상황을 보고 이렇게 말했을 게다.
"갈등은 거부될 수도 철회될 수도 없다. 재배치될 뿐이다."

사람이 모이면 갈등은 따라온다. 흔히 이야기하는 게 사회가 어떻고 어때서 개인간 갈등과 반목이 많아졌다는 건데 천만의 말씀이다. 지금의 갈등이 존재하는 이유는 그보다 주목받을만한 갈등이 없기 때문이다. 즉, 갈등은 어떤 식으로든 항상 존재한다.
갈등을 관리하는 기술이 정치다. 그런데 이놈의 정치라는 게 보통 피곤한 일이 아니다. 갈등 상황에 직접 뛰어들어야 하고 자신의 입장을 밝혀야 하고 갈등의 축을 명료하게 정리해야 하고 때로는 이동시켜야 한다. 이 과정에서 주의해야 할 두 부류가 있다. 첫째는 갈등을 조장하는 부류다. 이들은 주목받지 못하면 살 수 없는 사람들이기에 갈등을 만들어서라도 존재를 알리고자 한다. 갈등의 축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흔들어 구성원의 열의를 소모하며 인간적으로도 더러운 부류다. 두 번째는 갈등 자체가 싫어 어떻게든 무마시키려는 부류다. 사실 위험한 건 첫 번째보다 두 번째다. 이들이 위험한 이유는 직접 나서 갈등을 억누르려 하고 그러기 위해 정치 자체를 부정하는 방식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독재로 이어진다.
독재를 절대악으로 생각지는 않는다. 독재를 선택할만한 지점도 있다고 본다. 하지만, 독재라는 방식을 선택할 때 뒤따르는 대가를 감수할 준비는 해야 한다. 억눌린 욕망이 파시즘을 낳듯 억눌린 갈등은 이해할 수 없고 해결 불가능한 형태의 갈등을 양산한다.

갈등은 끊임없기에 갈등을 바라볼 때는 해소라는 측면에서만 볼 게 아니라 관리 측면에서도 봐야 한다. 해결할 수 없는 갈등으로 보인다면 해결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갈등의 축을 옮기고 해소한 뒤 새로운 갈등을 찾아야 한다. 갈등은 해소해야 할 무엇임과 동시에 적극적으로 찾고 발명해야 할 무엇이기도 하다. 사회적으로 볼 때 갈등에 참여하고 있다는 건 정치에 참여하고 있다는 의미고 새로운 갈등을 찾는다는 건 탈정치적이던 개인으로부터 정치적인 개인으로서의 자각을 이끌어낸다는 의미다. 갈등 관리는 조직의 건강과 규모에 직결된다.

해결 가능한 갈등을 충분히 제공하는 조직은 성장하지만, 해결 불가능한 갈등을 그대로 놔두거나 억누르는 조직은 막판까지 이상한 갈등에 시달리다가 결국에는 갈등을 억누르는 사람과 권위주의 문화만 남는다. 갈등이 무조건 싫다면 정치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제발 자신과 자신이 한 일들을 진지하게 들여다보고 정치에서 손 떼라. 전화 몇 통을 받고 상황을 그려보니 떠난 사람이 보기에도 막장인 것 같더라.



저작자 표시 비영리 동일 조건 변경 허락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생각과 뻘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녀사냥  (0) 2010/01/19
과학이라는 권위  (0) 2010/01/05
갈등  (4) 2009/11/29
미수다  (0) 2009/11/10
반목을 권하는 사회  (0) 2009/11/06
현실적이라는 것  (7) 2009/11/05
http://coldcappuccino.com/trackback/329 관련글 쓰기
YOUR COMMENT IS THE CRITICAL SUCCESS FACTOR FOR THE QUALITY OF BLOG POST
  1. 마돈나 2009/11/29 22:1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갈등관리의 유형에는 협력형, 타협형, 경쟁형, 회피형이 있어요. 주로 편의상 이렇게 네가지 타입으로 구분하는데요. 모든 타입이 장점과 단점이 있고, 갈등의 종류에 따라 요구되는 유형이 다릅니다. 유일하게 한가지 유형은 장점이라곤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고 써먹을 구석이 없죠.
    바로 회피형입니다. 갈등의 최대 악은 회피!

    • BlogIcon 식은카푸치노 2009/11/30 13:22  댓글주소  수정/삭제

      회유 정도라면 타협의 여지는 있으니 짜증나고 말텐데 회피라면 답이 없죠.
      11월이 지나가기에 인수인계를 끝냈어요. 마지막 연결고리도 사라졌으니 이런 생각을 할 일도 없겠어요.

  2. 하늬 2009/11/30 17:2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으허허허... 요번 일에서 저는 제가 '멍청한 곰'임을 뼈저리게 다시금 느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