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나는 다른 사람에게 별로 관심 없는 사람이라 생각했지만 지금 와서 되짚어보면 그렇지만은 않았던 듯하다.
타인의 개인적인 호불호, 개인사 등에는 관심 없었으나 내게 갖는 시선에는 상당한 관심을 기울였다. 은밀히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그에 맞추는, 제법 지능적인 소심쟁이였다.
그러던 성격이 몇 년 사이에 바뀌었나 보다. 이제는 남이 뭐라든 별로 신경쓰이지 않는다. 공개된 장소에서 내 비난을 하든 말든 내 기분이 크게 상하지 않는다. 근거 있는 비난이면 따지든 수긍하든 하겠지만, 근거가 없으면 관심이 돌아가지 않는다. 떠들든 말든, 내 관심사에도 바쁜 걸 어쩌랴.
몇 달 전부터 모 게시판에 열심히 글을 올리며 나를 씹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에겐 미안한 일이어야 할지 모르겠지만 별로 신경쓰이지 않는다. 그러든 말든 관심 없다. 전혀 애정이 없어서 그렇겠지. 사랑의 반대는 미움이 아니라 무관심인걸. 하여간 그의 애정에 반응하기 귀찮아 암쏘쏘리일 따름이라오.
무관심에 대응할 수 있는 마지막 수단은 테러리즘이다. 주목받고 싶은 욕망을 채우기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서의 테러.
그의 테러에 대한 책임 일부는 내게 있다.
확실히 사람은 증오로 가득할 때 자신의 속마음을 드러내는 게 맞다. 이제는 그 사람의 또 다른 욕망도 알겠다. 그 욕망의 일부분을 내게 투사하는 걸 보니 딱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에게 필요한 건 에너지 부족한 식은카푸치노가 아니라 전문의를 통한 심리상담이다.
정신병자의 범주를 어떻게 규정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평균에서 벗어난 걸 정신병이라 한다면 그는 정신병자다. 평균이란 관점에서 나도 정신병자다. 조금 곱게 미쳤을 뿐.
이런 정신병을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이 있다. 병에 걸린 사람이니 배려해야 한다는 시선과 정신병의 범주가 무엇이냐며 어디까지 배려해야 하느냐는 시선이다. 난 후자에 속한다. 진보라면 그런 사람을 이해하고 보듬어야 하지 않느냐는 의견 속에는 부류에 대한 선입견이 숨어 있다. 오히려 그게 불편하다. 그 이전에, 진보는 당연히 이러해야 한다는 자체가 불편하다. 타인의 행동을 규정함에 진보를 쉽게 들먹인다는 건 진보라는 단어 자체가 도그마로 자리 잡았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이러한 차이는 그 사람에 대한 대응의 우선순위 차이로 이어진다. 전자는 그를 어르고 달래어 보듬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후자는 그가 더는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을 한다. 어느 쪽이 그를 위한 일일까? 남에게 헌신적인 사람이 착한 사람이 아니라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사람이 착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내게는 후자가 옳다.
그런데 글을 쓰며 생각해보니 내가 관심 두는 사람에 의한 평가에는 예민하구나. 마냥 냉소적인 건 아닌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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