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환 추기경이 선종한 후 애도의 물결이 끊이지 않습니다. 천주교의 어른이 돌아가셨다는 이유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인파죠. 김수환 추기경 생전에 한국의 민주화에 얼마나 많은 부분을 이바지했나 다시금 생각게 했어요.
그런데 진보신당 중앙당 게시판은 이에 대한 비판과 그 비판에 대한 비판으로 뜨겁더군요. 아마 국가보안법 폐지안에 좀 더 검토하자는 의견을 내놓은 말년의 김수환 추기경에 대한 실망이 불러온 현상이겠지요.
이 현상을 보고 책 한 권이 기억났습니다. 성인의 반열에 오른 마더 테레사를 비판의 도마에 감히 올려놓은 책, '자비를 팔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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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친스는 이 책을 통해 마더 테레사의 행적을 조목조목 비판합니다.
테레사는 생전에 검소하기로 유명했지만 엄청난 액수의 기부금을 받은 것도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 돈의 사용 방식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게 저자의 주장입니다.
아픈 사람에게 필요한 건 좋은 의료시설입니다. 그런데 테레사는 그마저 검소함의 미덕에 어긋난다 여겼답니다. 병원을 확장해 좀 더 많은 환자를 수용하게끔 했지만 효율은커녕 환자를 살리기 위한 노력 자체가 부족했다는 게 히친스의 조사가 도출한 결론입니다. 건축법상 의료시설에는 엘리베이터가 있어야 하니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라는 요구를 검소함을 이유로 거절한 예를 보며 '벽창호란 이런 거구나'라고 생각했지요. 소독 장비도 갖추지 않아 의료도구를 수돗물에 씼어 다시 사용하는 실상이었다면 다른 건 언급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렇다고 돈이 없었느냐? 그렇지도 않습니다. 분명히 상당한 기부금을 받았고 그중에는 경제사범을 홍보하는 대가로 받은 기부금도 있었습니다. (테레사의 경제사범에 대한 인식이 어떠했는지는 모르나 당시 미국 사법부의 기부금 반환 요청은 거부당합니다.)
그럼 그 돈을 다 어디에 썼느냐.
비슷한 기관을 세계 각지에 짓는 데 사용합니다. 환자를 치료하기 위함이 아닌, 환자의 죽음과 함께하기 위한 시설을 만드는 데 사용한 거죠. 죽어야 나오는, 의료시설 아닌 의료시설입니다. 환자가 죽는 순간 세례를 베풀어 개종시켰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접하니 제가 죽을 정도로 아플때 테레사가 부활하여 제 곁으로 오겠다면 경찰에 신변보호 요청해야겠다는 생각마저 들더군요.
히친스의 비판은 정당한 비판이며 반드시 필요한 비판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유효한 건 마더 테레사가 자신의 금전적 이익을 추구하지는 않았고 그의 행동에는 언제나 희생과 봉사가 함께 했다는 부분입니다. 인간에 대한 애정과 헌신마저 의심하기는 어렵습니다.
당연하게도, 이 책 한 권으로 마더 테레사가 악인으로 돌변하지는 않습니다. 성인도 관점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 있는 게 당연합니다. 교조적 숭배를 지양해야하는 만큼이나 특정 부분을 주목해서 사람 자체를 비난하는 행위 역시 지양해야겠죠. '그의 훌륭함을 인정하지만 그와 동일하게 행동하지는 않겠다.'라는 결론 이상은 어렵지 않을까요. 성인이란 단어가 완벽의 의미도 내포하는 건 아닐 테니까요.
김수환 추기경에 대한 비판도 마찬가지라 봅니다. 비판은 소중합니다만 시기의 적절성을 논외로 치더라도 일부의 비판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김수환 추기경을 단정 짓습니다. 종교혐오를 비롯한 가치판단의 연장선상에서 추모행렬에 냉소를 보내기도 하지요. 그러나 더이상 반론할 수 없는 자를 함부로 비난하는 건 자기만족에 불과한 영웅주의일 뿐입니다.
언젠가는 김수환 추기경에 대해 비판도 하겠지만 지금 드릴 말씀은 이것 뿐이네요.
고맙습니다. 안녕히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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