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블루버드라는 메신저를 사용하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 찾아보니 홈페이지는 뜨지만 대부분의 링크가 깨어져있고 메신저 자체도 2002년 이후에는 업데이트가 되지 않은 듯하다. (http://www.bluebirdmessenger.com/)

내가 블루버드를 사용하던 건 대학교 4학년, 대학원 연구실 생활을 시작할 무렵이었다. AOL, ICQ 등 외산 메신저들은 있었지만 인터페이스가 영문이었던 탓에 널리 보급되지 못했고... 안정적이고 쓸만한 국산 메신저에 목마르던 시절이었다.
당연히 지금에 비해 메신저 사용자가 극소수였고 채팅과 비슷하게 약간의 프로필만 보고 아무에게나 말을 거는 일이 흔했다.

나도 그런 메시지를 몇 번 받았는데 보통은 두어 번 메시지를 주고받는 정도로 끝났지만 메신저 친구 관계를 오래 유지한 상대가 한 명 있었다.




처음 그가 메시지를 보냈을 때 자신을 고등학생이라 소개하며 금세 형이라는 호칭을 붙였던 기억이 난다. 얼굴도 목소리도 모르는 상태에서 대화하는 온라인의 성격에 기인했는지 시간이 얼마 흐르지 않았음에도 털어놓기 어려운 이야기들을 했다.
홀어머니 슬하에 있다는 이야기부터 성적(性的) 고민 상담까지...

그러다... 한동안 그가 블루버드에 접속하지 않았고 '이보다 재미있는 것을 찾았겠지' 생각할만큼 시간이 지난 어느날... 그의 접속과 동시에 메시지를 받았다.
어머님께서 돌아가셨다고 했다. 장례를 치루고 일주일 가량 여행을 다녀왔단다.
내가 전혀 모르던 어느 분의 부고였지만 잠시 타이핑을 할 수 없었다.
조심스레 유감을 표하고 힘내라는 상투적인 위로를 했으며 잠시나마 그의 슬픔에 공감했다.

그때부터 그의 메시지가 잦아졌다. 아마도 마음을 털어놓을 상대가 없었던 때문이었으리라 생각한다.
대부분의 메시지 속에는 절망감이 담겨있었고 나는 어떻게든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 애썼다.
하지만, 그의 메시지에 실시간으로 응답할 수 있을 만큼 한가롭지 않았고 때로 이에 대한 투정도 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반나절 가량 PC를 켜놓은 채 자리를 비웠을 때 상당한 메시지가 도착한 일이 있었다.
'자리비움'으로 표시되어 있었을 텐데 계속해서 나를 부른 흔적들이었다.
'형'부터  '야! 이 새끼야!'까지... 그의 감정들이 어지럽게 펼쳐 있었다.

그 때부터 블루버드에 접속하지 않았다. 20대 초반의 나에게 그러한 집착은 부담이었다.




핑계에 불과하겠지만 당시의 나는 힘든걸 피하는 습관에 길들어 있었다.
6년이 지난 지금... 당시의 기억을 떠올려보니 그에 대한 미안한 마음과 내 행동에 대한 아쉬움만 남아있다.

비가 와서일까? 그냥... 갑자기...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그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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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stormpy 2006/07/16 14:2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블루버드는 모르겠지만.. icq가 한창 이전 시절 우리는 분명 IRC를 사용하고 있었죠..
    대부분 자료 교환이라던지... 게임의 클랜등은 IRC에서 모여서 활동했었지요.
    물론 인터넷 방송도 그랬고.. 그때가 즐겁기도 했었는데..

    • BlogIcon woong 2006/07/17 15:15  댓글주소  수정/삭제

      IRC라...
      나도 잠시 사용했었는데...
      MP3 구하기가 쉽지 않은 무렵이었지.
      하여간... 옛날 생각 나네.